안녕하세요. 저는 이 사이트의 아이콘 라코입니다.
아이콘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 원을 마구 문대다가 눈을 달아줬더니 제가 태어났어요.
집게발도 물고기도 아닌 저는 이빨 없는 악어랍니다.
제 사연을 들어보시겠어요?
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가 하나 있어요.
오빠는 대기업 라○○테에서 일해요.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서 어머니가 잘난 오빠와 부족한 저를 많이 비교하셨죠.
사실 저는 고2 때 자퇴하고 스물둘까지 방황하면서 보드게임 카페에서 악어룰렛 알바만 했어요.
성난 초등학생의 펀치에 제 마지막 어금니마저 빠진 날,
저는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마음먹었죠.
저는 오빠에게 꿀리지 않는 치과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4수 끝에 드디어 치대에 들어갔어요.
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 1년에 레지던트까지 다시 3년.
10년 동안 온갖 지식을 배우고 기술을 연마했지만 저는 여전히 비참한 기분이었어요.
사실 악어는 치과에 갈 필요가 없더라구요.
악어는 이가 빠질 때마다 다시 새로 나거든요.
분명 제 앞에는 행복이 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나?
내가 원하던 삶이 이런 거였나?
여전히 어머니는 오빠를 더 좋아하고, 오빠는 나를 아래로 보는데.
10년 전과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구나.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저는 제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다른 사람이 바라는 삶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삶을 살고 싶었죠.
사실은 전 옷을 좋아해요.
오빠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어릴 때 오빠가 하도 옷을 못 입으니까 제가 골라주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장갑으로 살아보려구요.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장갑으로 살기 위해 제 손으로 이빨을 하나하나 다 뽑고
더 이상 이가 새로 나지 않게 치아판을 지졌어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수술이라
이번 데이터가 악어의 치아 줄기세포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었다고 하네요.
오빠.
나는 언제나 오빠의 뒤만 좇아가기 바빴지.
이제는 오빠처럼 되는 게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
이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야.
나, 잘 살아보려구.
그러니 오빠도 잘 살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